차이콥스키/차이코프스키 <사계> 2월 '마슬레니짜(사육제)' «Февраль. Масленица»
표트르 뱌젬스키가 1853년 드레즈덴에서 쓴 시 <타국에서의 마슬레니짜>에서 인용
곧 활기찬 마슬레니짜에서
성대한 향연이 절정에 오른다.
러시아의 겨울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는 ‘러시아’ 하면 겨울밖에 없는 나라지만 사실은 사계절이 나름 뚜렷하게 있는 곳이다. 내가 오랜 시간 살았던 모스크바의 경우 봄, 여름, 가을을 함께 붙여서 짧고 굵게 가긴 한다. 상대적으로 겨울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토?가 넓기 때문에 오른쪽, 왼쪽, 위, 아래의 날씨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 같은 선입견일 수도 있다. 러시아만큼, 혹은 더 추운 캐나다나 미국의 부분적인 곳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모스크바도 10월쯤부터 슬슬 겨울이 시작되는 건 사실이고 4월이 되어야 봄 바람 같은 것이 불긴 하니, 겨울이 길긴 하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봄이 중요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하긴, 누가 봄을 기다리지 않을까?
마슬레니짜를 즐겁고 재밌게 지내는 것도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지금처럼 엔터테인먼트가 손안에서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라면 지겨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마슬레니짜’를 성대하게 화끈하게 보낸 것이다.
어느 나라든 각 나라와 민족이 가지고 있는 특색과 미풍양속이 있기 때문에 마슬레니짜도 러시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부활절 전에 허수아비를 태우고 블린늬를 먹는 것을 보면 한국의 보름같이 부스럼을 먹고 이런 점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패딩 같은 가벼운 옷을 입지만 러시아는 늘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무스탕이나 모피같은 옷을 즐겨 입었다. 멋지게 보인다고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사실 가볍게 만들어진 옷이 아니기 때문에 긴긴 겨울을 입다 보면 무겁고 힘들고 짜증이 난다. 게다가 털모자에 목도리, 장갑에 부츠까지…. 완전 무장을 매일같이 하고 다니면 내 몸이 몸인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엔 러시아 사람들도 패딩을 좋아한다. 가볍고 따뜻하니까…
아무튼, 무거운 겨울 옷을 벗고 장갑과 목도리, 모자, 털이 들어간 긴 부츠를 벗을 수 있는 따뜻한 햇빛이 오면 누가 환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도 6개월 만에 길어지는 아침 햇살을 볼 수 있다면!
그래서 마슬레니짜를 아주 씐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 된다.
겨울 아침, 햇빛도 없는 우울함을 보지 않고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우중충함을… 러시아 작가들, 특히 도스토옙스키나 고골의 소설을 보면 그래도 가장 러시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반짝임을 담은 곡이 차이콥스키 사계의 2월 ‘마슬레니짜’ 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붉은 광장에 모여 있는 군중이 소란스럽게 흥겹게 돌아다니고 노니는 것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듣는 사람도 함께 허수아비를 태우고 블린늬를 먹으면서 바보같이 낄낄거리며 몰려다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의 모습이 음악으로 그려진다.
사실,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마다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려지는 그림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감상에도 정도가 없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든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제일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2021/01/09 - [Music/차이콥스키 1840-1893] - 차이콥스키 "사계' 작품 설명, 차이코프스키
*러시아어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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