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3월 <종달새의 노래> Март. Песнь жаворонка
아폴론 마이코프가 1857년에 쓴 시를 인용
꽃들이 흐드러진 들판,
하늘에는 빛의 물결이 흐르고,
봄의 종달새의 노래는
푸른 심연에 가득하다
봄 Весна 베스나...
'봄'은 푸르른 새싹이 올라오고, 우리나라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왠지 ‘시작’이란 이미지가 강한, 그런 단어인 것 같다.
새로운, 싱그러움, 이런 단어들이 연상되는 것이 ‘봄’이 아닐까?
그런데 차이콥스키의 봄은 그렇지 않은듯 싶다.
<사계>의 3월은 ‘종달새의 노래’인데 들으면 ‘이게 무슨 봄이야? 봄이기엔 너무 우울, 우중충 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제목이 ‘종달새’ 면 봄을 쓴 게 맞는데….
러시아에서 종달새는 봄을 의미한다. 그래서 ‘종달새의 노래’는 봄이 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차이콥스키의 종달새의 노래는 왜 이모냥일까?
왜 그의 3월은 아직도 어두운 겨울의 끝자락일까?
솔직히 2월 ‘마슬레니짜’가 더 즐겁고 재밌었다. 왜 그런 것일까?
차이콥스키 작품이 하나같이 우수에 찬 느낌에, 누가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곡 아니랄까 봐 그런 건가?…
뭐, 차이콥스키의 ‘러시아 감성’이라는 것이 ‘우울함’ 같은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어서 러시아 감성을 듬뿍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곡도 이런 것일까?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들을 때마다, ‘음~ 지금 난 3월을 듣고 있어… 이건 봄이야…’라고 최면을 걸지 않고 그냥 들으면 뭔가 가을, 겨울에 더 어울리는 곡이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러시아의 3월은 어떤 날씨일까? 모스크바는? 페테르부르크는?
헐… 잊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3월이 어떤지를…
그렇다. 그들의 3월은 아직 겨울이다.
실토하고 싶지 않지만 17번의 겨울을 겪으며 가끔은 5월에도 눈이 살짝씩 내리는 그런 날씨를 가지고 있는 곳이 모스크바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4-5월은 되어야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봄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모스크바다.
그러니, 모스크바보다 높은 곳인 페테르부르크는 더 심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모스크바의 3월은 절기상으로는 봄이 맞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옷도 가볍게 입으려고 하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직도 털코트에 중무장을 하고 다니신다.
눈이 다 녹지도 않았고, 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뭐, 한국에도 꽃샘추위가 있지만 거긴 눈샘추위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아직은 겨울에 더 가깝다고 해야 되겠다.
그래서 러시아의 3월은 계절상 봄인 것은 맞지만 나라의 위치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직도 겨울?이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차이콥스키가 느낀 3월도 우리가 알고 있는 3월보다 춥고 어두운 것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크지만 종달새는 봄의 울림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뺨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부드러움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정말 조금만 지나면, 따스함이 올 것이다. 이 구슬픈 종달새의 노래가 끝나면…
사실,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마다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감상에도 정도가 없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든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제일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2021/01/09 - [Music/차이콥스키 1840-1893] - 차이콥스키 "사계' 작품 설명, 차이코프스키
*러시아어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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