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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차이콥스키 1840-1893

차이콥스키 "사계' Op.37 작품 설명, 차이코프스키

by wj_s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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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Времена Года  The Seasons

표트르 차이콥스키 Пётр Ильич Чайковский (1840-1893) 러시아 작곡가

 

✔️작곡 : 1876년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1876년 1월부터 1년 간 매달, 잡지 *<누벨리스트 Nouvellist>에 연재된 작품을 하나로 묶어 출판한 모음곡이다. 

*Нувеллист — музыкальный нотный ежемесячный журнал

 

그렇기 때문에 <사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누벨리스트 Нувеллист>라는 잡지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해야 될 것 같다. 

<누벨리스트>는 피아노를 위한 악보를 중심으로 하는 잡지로 1840년부터 1906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매달 발행되었다. 

이 잡지는 베르나르드 가족이 만든 것으로 큰형 마트페이 이바노비치 베르나르드 Матвей Иванович Бернард (1794-1871)는 악보 출판사와 잡지 <누벨리스트>를 만든 사람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이 사업을 이어받은 건 그의 아들 니콜라이 마트페이비치 Николай Матвеевич (1844-1905)였고 그 또한 유명한 음악가였다. <누벨리스트>의 편집장은 창립자의 동생인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Александр Иванович (1816-1901)였으며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누벨리스트> 독자에게 러시아 작곡가들의 새로운 작품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고 아마추어 음악가뿐만 아니라 해외 작곡가들의 작품도 소개해주었다. 악보뿐만 아니라 오페라 초연과 러시아, 서유럽, 미국 등지에서 있었던 음악회도 소식도 전해주었다. 베르나르드 가의 사람들은 자신들도 음악가이기에 당시 활동 중인 음악가들과도 친분이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이 차이콥스키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베르나르드는 <누벨리스트>의 연재를 위해 차이콥스키에게 <사계> 작곡을 의뢰하게 된 것이다. 

 

<누벨리스트>를 위해 작곡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계> 이전에도 차이콥스키는 1873년에 <누벨리스트>를 위해 ‘로망스’를 작곡했고 그 후에도 몇 작품을 출판하였다.

니콜라이 베르나르드의 의뢰가 담긴 편지는 남아 있지 않지만 그 편지에 대한 차이콥스키의 답은 남아있다. 내용으로 보아 <사계>의 모든 콘셉트는 의뢰인이 정했다.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나에게 그렇게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당신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만간 첫 번째 곡을, 어쩌면 2-3개 곡을 보내겠습니다. 
만약에 방해되는 것이 없다면 일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난 이제 피아노 소품을 작곡을 위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차이콥스키, 당신의 모든 제목은 제가 간직하고 있습니다.”

위의 편지로 알 수 있는 사실 3가지는,

1) 차이콥스키에게 그 당시에 비하면 큰 개런티를 주었다.

2) 차이콥스키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3) 제목은 베르나르드가 다 고안해서 작곡가에게 주었고 차이콥스키는 좋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드와의 편지를 보면 의뢰인이 모든 콘셉트를 정했다. 니콜라이 베르나르드는 러시아 문학과 시의 대가였고 자기 지신도 소설이나 시를 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곡마다 지금의 시 인용구를 찾아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

작곡 전 차이콥스키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이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작곡가 살아생전 출판된 <사계>에도 시의 인용구가 붙어 있기 때문에 아마도 차이콥스키가 이 사실을 알고 승낙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협업이 체결된 후, <누벨리스트>는 1875년 12월호부터 차이콥스키의 신곡에 대한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잡지 <누벨리스트>와 협업하기로 약속했고
  내년 한 해는 피아노 소품 시리즈를 실어주신다고 했습니다.
  곡들은 제목에 부합하고 실리는 달의 느낌을 보여줄 것입니다.”

 

잡지는 매달 1일에 발간되었다. 이렇다 보니 차이콥스키는 늦어도 전 달 15일까지는 마감을 해야 했고 1875년 12월 중순, 첫 2곡이 준비되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2월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점은 12월 13일 베르나르드에게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1876년 1월부터 매 달 1일에 발간된 잡지 첫 페이지에 연재된 것이 <사계>였다. 하지만 9월에는 <누벨리스트>의 정기 작가인 글라바취의 피아노 소품이 실렸는다. 

 

왜 갑자기 연재 도중 차이콥스키의 곡이 아닌 다른 작곡가의 곡이 지면에 나왔어야 했을까?

이유인즉, 당시 발칸 반도의 전쟁이 한창이었고 러시아도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라바취는 그것에 대한 작품을 썼고 이것을 위해 지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신 9월호에는 누벨리스트 정기구독자는 연말에 선물로 차이콥스키의 12개의 작품이 한 번에 묶여 출판된 것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였다. 

1876년 말 <사계>를 출간하였고 표지에는 12개의 그림이 메달 모양으로 들어갔고 제목엔 <사계>가 적혀있었다.

이렇듯 출판 당시 <사계>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처음부터 이 제목을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계> 중 ‘1월’이라고 표기되었던 것이 아니라 매 달 잡지에는 ‘1월 - 난롯가에서’ 같이 각 달마다 그 달에 해당되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이후 12개의 작품을 하나로 묶어 모음집을 출판할 때 베르나르드가 고안한 제목이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작품번호 37bis가 되었는데 같은 작품번호인 Op.37은 <피아노 소나타 G-dur>이 있고 Op.38은 <6개의 로망스>, Op.39는 <어린이 앨범>(1878)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거나 CD를 보면 Op.37나 Op.37a라고 써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37? 37a? 37b? 어느것일까? 헷갈린다. 

서치를 해보면, 러시아어의 설명에 의하면 위의 설명처럼 피아노 소나타가 37이기 때문에 뒤에 b가 붙는다. 그런데 영어로 된 설명을 보면 소나타가 37이기 때문에 사계는 뒤에 a가 붙어 37a라고 하고 있다. 

악보도 마찮가지다. Op.37a, 37b를 다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주자가 자신이 연주하는 악보에 붙은 작품번호를 쓰는 것이 맞다고 봐야겠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계가 아니라고도 한다. 사계라고 하면 비발디의 사계 같이 계절감이 뚜렷하게 나야 되는데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계절감보다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사용한 소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예 계절감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사계>가 맞다고 생각된다. 

 

제일 유명한 곡은 6월과 10월이어서 여러 악기를 위한 여러 종류의 편곡이 되어 있다.

4월과 12월은 <호두까기 인형>이나 <잠자는 미녀> 같은 발레곡의 큰 오케스트라 펼치는 왈츠 풍이다. 

6월과 10월은 오페라 아리아가 생각나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차이콥스키 <사계> Op.37 bis / Op.37a

 

1 <난롯가에서> Январь. У камелька

푸쉬킨이 1815년에 쓴 시 <몽상가 (꿈을 꾸는 사람)> 에서 인용

알렉산드르 푸쉬킨 시 Эпиграф из А. С. Пушкина 
평안한 위로 한 편에서
밤은 어스름한 어둠을 입었다.
난로 안에는 작은 불씨가 꺼지고
작은 촛불이 타버렸다.
«И мирной неги уголок 
Ночь сумраком одела,
В камине гаснет огонёк, 
И свечка нагорела.» 

 

1월 <난롯가에서>에서 사용하고 있는 난로(камелёк,kamelyok)라는 단어는 독특한(특수한, 특유한) 러시아어로 귀족이나 농민의 집에 있는 난로를 가리킨다. 

긴 겨울밤, 이곳에 가족이 모인다. 

러시아의 겨울을 길고 춥기 때문에 농민들은 이 곳에 모여 레이스와 천을 짜며 슬프거나 서정적 노래를 불렀고 귀족들은 집에 있는 난로에 모여 연주를 하고 소리 내서 책을 읽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난롯가에서>는 *엘레지 형식의 꿈꾸는 듯한 느낌을 그린다.  사람의 목소리가 생각나는 테마로 시작되는데 사색에 잠긴듯한 느낌이다. 차이콥스키가 쓴 편지에는,

“멜랑꼴리한 느낌인데 저녁에 혼자 앉아있을 때 느끼는 느낌이다. 일 때문에 피곤하고, 책을 한 권 읽으려고 했는데 손에서 떨어져 버렸다.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참 슬픈 건 많은 일들이 지나갔고 젊은 시절을 떠올려보지만 결국 슬프기만 하다.
고단한 인생이다.
쉬는 게 기분 좋고 주위를 둘러본다. 슬프면서도 달콤하게 과거에 빠져본다(잠겨본다).” 

 

중간은 하프의 소리가 생각나며 조금 빠른 박자이다. 그리고 첫 번째 부분으로 돌아온다. 음악은 조금씩 작아지며 그림이 사라진다.  

*엘레지 형식 : (엘레지 형식의(elegie 型式-), 슬픈 가락의; 만가(輓歌), 애가형식의(哀歌型式-) (перен.); 슬픈, 슬픔에 찬)


2 <마슬레니짜(사육제)> «Февраль. Масленица»

*뱌젬스키가 1853년 드레즈덴에서 쓴 시 <타국에서의 마슬레니짜>에서 인용

표트르 뱌젬스키 시 Эпиграф взят из П. А. Вяземского
곧 활기찬 마슬레니짜에서
성대한 향연이 절정에 오른다.
«Скоро масленицы бойкой
Закипит широкий пир.» 

 

<마슬레니짜>는 사육제 기간으로 사순절 전 주를 일 컸는다.

즐거운 축제, 말타기,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집에서는 블리늬блины 라는 밀전병 등 이 기간에 먹는 특별힌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다. 

오랜 기간, 여러 세기 동안 내려오는 러시아 삶의 모습으로 겨울을 보내주고 봄을 맞이하는 행위와 사순절을 맞이하는 기독교 의식이 함께 하며 최대 행사인 부활절을 준비한다. 

그래서 2월 <마슬레니짜>는 작은 만화경 속 그림들이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의 곡이다.

만화경의 여러 장으로 바뀌는 그림 같은 느낌. 하지만 결국 첫 테마로 돌아오고 축제의 시끌벅적함과 민속 악기의 소리 느낌이 중요하다.

정확한 정박의 느낌의 리듬에 의해 즐겁고 시끌벅적한 군중을 표현한다.

*표트르 안드레에비치 뱌젬스키 공작 : 1792년 모스크바 출생, 1878년 바덴바덴에서 사망

뿌리 깊은 귀족 집안, 러시아 시인, 비평가, 역사학자, 등등


3 <종달새의 노래> «Март. Песнь жаворонка»

*아폴론 마이코프 가 1857년에 쓴 시를 인용

아폴론 마이코프 시 Эпиграф из А. Н. Майкова
꽃들이 흐드러진 들판,
하늘에는 빛의 물결이 흐르고,
봄의 종달새의 노래는
푸른 심연에 가득하다
«Поле зыблется цветами,
В небе льются света волны, 
Вешних жаворонков пенья 
Голубые бездны полны.» 

 

3 <종달새의 노래>의 종달새는 들판의 새인데 러시아에서는 이 새를 봄을 노래하는 새로 여긴다. 

종달새의 노래는 전통적으로 봄이 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겨울에 잠잤던 자연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봄의 풍경이 굉장히 심플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곡은 2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테마는 소박한 화음이 동반되는 리릭한 멜로디고 두 번째 테마는  그것과 비슷하지만 퍼지는 아르페지오와 긴 숨을 동반한 것이다.

이 곡에는 꿈꾸는 듯한, 슬픔, 기쁨 모두 들어있으며 종달새의 노래를 표현하는 트릴도 있으며 트릴이 작아지는 걸로 곡이 끝난다. 

*아폴론 마이코프 А. Н. Майков 1821-1897  러시아 시인

 


4 <갈란투스> «Апрель. Подснежник»

마이코프가 1857년에 쓴 <봄>이라는 시 전체를 사용했다.

아폴론 마이코프 시 Эпиграф из А. Н. Майкова
하늘색, 정결한 갈란투스 - 꽃
그 옆엔 투명한 마지막 눈덩이
지나간 고통의 마지막 눈물
그리고 다른 행복의 첫 희망
«Голубенький, чистый Подснежник – цветок, 
А подле сквозистый Последний снежок. 
Последние слёзы о горе былом
И первые грёзы о
 счастье ином.» 

 

갈란투스(Galanthus 설강화, 눈풀꽃)는 눈이 녹자마자 피어나는 꽃으로 죽어있는, 생명이 없는 곳에 하늘색이나 이 핀다. 

러시아에서 굉장히 좋아하는 꽃이다. 꽃은 새로 태어나는 삶을 상징한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이 꽃에 자신의 시를 바쳤다. 

4월 <갈란투스>는 왈츠 리듬에 만들어진 곡이다. 

상승되는 감정이 표현되어 있다.  

봄이 오면 마음속 깊숙이 숨겨두었던 기쁨, 미래에 대한 희망, 감춰진 기다림 등이 이 곡에 표현되어 있다. 

처음과 끝 부분이 반복되고 가운데는 첫 부분과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 선상의 분위기다. 격한 감정이 끝까지 지속된다.

 


5 <백야> «Май. Белые ночи»

*아파나시 페트가 1857년에 쓴 시 <아직 5월의 밤>에서 인용

아파나시 페트 시 Эпиграф из А. А. Фета 
이런 아름다운 밤! 온 세상에 천국의 기쁨이!
내 고향 북방 지역에 감사드린다.
얼음 왕국, 눈과 눈보라의 왕국,
얼마나 깨끗하고 정결한 5월이 날아가는가!
«Какая ночь! На всём какая нега! 
Благодарю, родной полночный край!
Из царства льдов, из 
царства вьюг и снега, 
Как свеж и чист твой вылетает Май!» 

 

백야는 러시아 북쪽 지방의 5월의 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밤이 밝아서 낮 같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수도인 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항상 로맨틱한 밤으로 여기며 로맨틱한 밤의 산책과 노래로 기념하였다. 

러시아 시인들과 화가들도 <백야>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야>이다. 

차이콥스키에게 페테르부르크는 애정 하는 곳으로 자신의 청년시절을 보낸 곳이고,그곳에서 작곡가가 되었다. 또한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한 곳이기도 하고 묻힌 이기도 하다. 

*아파나시 페트 А. А. Фет 1820-1892 : 러시아 서정 시인, 마이코프와 함께 소위 ‘순수 예술파’의 거장으로 꼽힘

 


6 <뱃노래> «Июнь. Баркарола»

*알렉세이 플레쉐프가 1845년에 쓴 시에서 인용

알렉세이 플레쉐예프 시 Эпиграф из А. Н. Плещеева 
해변으로 나가자, 거긴 파도가
우리의 다리에 키스할 것이다.
별들은 비밀스러운 슬픔과 함께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난다.
«Выйдем на берег, там волны 
Ноги нам будут лобзать, 
Звезды с таинственной грустью 
Будут над нами сиять.»

 

6월 <뱃노래>의 바르카 Барка는 이탈리아어로 배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민속 노래에서 <뱃노래>는 사공이 부르는 노래로 특히 베네치아에서 이 장르가 유행했다. 배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곡으로 부르기 좋은 멜로디가 함께 한다.

19세기 초기, 러시아 음악에서 이 장르가 엄청 유행했다. 그래서 러시아 보컬 음악에 뺄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게다가 러시아 시와 회화에서도 이것을 많이 사용하였다. 

페테르부르크의 많은 운하와 강을 표현하였고 만돌린이나 기타의 반주 같은 느낌이 나게 반주된다. 

중간은 조금 더 밝아지고 근심이 없는 듯한 기쁨으로 변한다. 그리고 메인 멜로디에 반주만이 아닌 또 다른 성부가 곁들여져 2명이 부르는 듀엣의 느낌이 된다. 음악이 점점 없어지면서 배가 멀어지며 목소리도 함께 멀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곡이 끝난다. 내가 듣기로는 마지막 펼친 화음이 파도의 출렁임을 표현하여 배가 떠나고 철석 거리는 파도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것 같다.

*알렉세이 플레쉐프 А. Н. Плещее 1825-1893 : 러시아 소설가, 시인, 문학&연극 평론가

 


7<풀 베는 사람의 노래> «Июль. Песня косаря»

*알렉세이 콜초프가 1836년에 쓴 시 <풀 베는 사람>에서 인용

알렉세이 콜초프 시 Эпиграф из А. В. Кольцова 
어깨를 들썩여라, 
팔을 흔들어라!
한낮의 바람이
얼굴에 훅 불어온다!
«Раззудись, плечо,
Размахнись рука! 
Ты пахни в лицо, 
Ветер с полудня!» 

 

7 <농부의 노래>에 쓰인 러시아어 코사리 Косари는 ‘이른 아침 들판으로 가서 풀을 베는 남자들’을 말한다. 

힘든 노동에 부르는 노래의 리듬이 팔과 큰 낮의 한결같은 움직임과 맞아떨어졌다. 

이 노래들은 고대 루시(고대 러시아)부터 불러 내려온 것들이다. 풀을 벨 때 함께 즐겁게 부르던 노래들이다.

풀을 베는 러시아 예술에서 굉장히 유명한 주제였다. 러시아 시인들도 시를 쓰고 화가들도 그림으로 표현했다. 민속 노래로도 많이 존재했고 러시아 민족의 시골의 삶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7월 <농부의 노래>의 테마는 러시아 민속음악의 톤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내가 듣기로는 약간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 노래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풀을 베는 것’이라는 주제가 노동이기 때문에 어쩌면 비슷하게 들리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정확한 리듬으로 풀 베는 사람의 노래가 첫 번째와 마지막 테마이다. 

중간은 러시아 민속악기와 같은 소리가 난다. 

차이콥스키는 이 시기에 시골에 있는 걸 좋아했다. 한 편지에는 이렇게 썼다.

“무엇 때문인 거지? 무엇 때문에 러시아의 평범한 풍경과 여름에 러시아의 시골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하지?
숲에서 산책하고 가끔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땅에 눕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렉세이 콜초프 А. В. Кольцов 1809-1842 : 러시아 시인, 상인-상인 집안 출신


8 <추수> «Август. Жатва»

알렉세이 콜초프가 1835년에 쓴 시 <수확>에서 인용

알렉세이 콜초프 시 Эпиграф из А. В. Кольцова 
사람들은 가족끼리 추수를 시작했다.
큰 밀을 베어낸다.
대량의 무더기 속에 단이 쌓여있고
짐수레에서 밤새 음악이 끽끽거린다.
«Люди семьями принялися  жать, 
Косить под корень рожь  высокую!
В копны частые снопы
 сложены,
От возов всю ночь 
скрипит музыка.» 

 

8<추수>는 러시아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들판에서 가족단위로 소위 ‘동이 틀 때부터 노을이 질 때까지 (от зари до зари)’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노래를 많이 불렀다. 

이런 면에서 8월은 농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작곡가는 ‘스케르초’라고 썼다. 

차이콥스키는 : 표현할 수 없어! 나에게 너무 매력적인 러시아의 시골 풍경을...”이라고 말했다.


9 <사냥> «Сентябрь. Охота»

푸슈킨이 1825년에 쓴 서사시 *<눌린 백작>에서 인용

알렉산드르 푸슈킨 시 (눌린 백작) Эпиграф из А. С. Пушкина  (Граф Нулин)
빨리, 빨리! 뿔나팔을 불고 있다.
사냥개지기들은 사냥 차림으로
동이 트기도 전에 말 위에 앉아있다.
그레이하운드는 무리를 지어 점프한다. 
«Пора, пора! Рога трубят; 
Псари в охотничьих уборах; 
Чем свет уж на конях сидят; 
Борзые прыгают на сворах.» 

 

9월 <사냥> 

사냥은 19세기 러시아 생활의 특징적 디테일이다. 

그래서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 작품들에사냥 묘사되어 있고 화가들도 이 테마를 많이 그렸다. 

러시아에서 사냥은 정열적이고 힘의 상징이었으며 시끄럽고 즐겁고 사냥 뿔 소리와 많은 개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19세기 귀족들의 영지에서 벌어지는 사냥은 유쾌하고 용기, 힘, 도박적 기질을 필요로 했다. 

 

*푸쉬킨 서사시 <눌린 백작> : 1825년 12월 13-14일 이틀 동안의 아침에 쓴 서사시로 미하일롭스코에에 유배되었을 때 쓴 작품이다. 


10 <가을의 노래> «Октябрь. Осенняя песнь»

*알렉세이 톨스토이가 1858년에 쓴 시에서 인용

알렉세이 톨스토이 시 Эпиграф из А. К. Толстого
가을, 우리의 불쌍한 정원 가득 우수수 떨어진다.
노래진 낙엽이 바람과 날아다닌다.
«Осень, осыпается весь наш бедный сад, 
Листья пожелтелые по ветру летят.» 

 

러시아에서는 많은 예술가들이 가을을 사랑했다.

반복되지 않는 여러 모습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좋아했고 금빛이 형형 색깔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가을의 모습은 여름이 지나가고 생명이 조금씩 꺼지는 우리의 인생 같은 모습이다. 

<가을의 노래>는 시리즈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삶과 자연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생명력이 죽어가는 것을 표현 한 곡이다. 멜로디에는 슬픔을 한숨으로 표현했다. 중간은 삶의 희망을 담아 조금은 밝은 톤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첫 테마가 반복되며 슬픈 한숨이 돌아온다.  그리고 살을 수 없다는 희망마저 꺼진 상태가 된다. 마지막 프레이즈에서는 작곡가가 ‘morendo’ 사라지다 라고 썼다. 이것으로 새로운 생명이 잉태할 것이라는 희망마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곡은 서정적이고 심리적인 표현이 강하다. 풍경과 인간의 심리상태가 한데 엮여있다. 

차이콥스키는 “매일 난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어딘가에 있을 포근한 보금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가을의 향기를 만끽한다. 떨어진 낙엽의 향, 고요함 그리고 가을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색채의 경치를 만끽한다.”라고 썼다.   

 

*알렉세이 톨스토이 백작 А. К. Толстой 1817-1875 : 러시아 소설가, 시인, 극작가, 톨스토이 집안 


11 <트로이카에서> «Ноябрь. На тройке»

*니콜라이 네크라소프가 1846년에 쓴 시 <트로이카>에서 인용

니콜라이 네크라소프 시 Эпиграф из Н. А. Некрасова 
우울하게 길을 보지 말아라,
그리고 급하게 트로이카를 쫓지 말아라,
그리고 가슴속 불안함의 쓸쓸함을
빨리 영원히 재워라.
«Не гляди же с тоской на дорогу, 
И за тройкой вослед не спеши, 
И тоскливую в сердце тревогу 
Поскорей навсегда затуши.» 

 

트로이카는 3마리의 말이 끄는 러시아 썰매로 종을 달고 있는데 빨리 달리면 종소리가 맑게 났다. 

러시아에서는 트로이카를 빨리 타는 것을 즐겼는데 이것을 소재로 한 민요도 많이 남았다. 이 곡은 엘레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삶에 대한 현실적 희망이 더 느껴진다. 

트로이카는 계속되는 우리의 삶을 상징한다. 러시아의 11월은 계절적으로는 가을이지만 겨울의 모습이 훅 느껴진다. 

차이콥스키는 “추위가 왔다. 하지만 햇빛이 아직은 따뜻하게 덥혀준다. 나무는 하얀 천을 덮고 있지만 이 겨울의 풍경이 얼마나 예쁜지 말로 다 표현을 할 수 없다.”라고 썼다.

러시아 민요가 생각나는 테마로 시작한다. 그 뒤로 슬픔과 서정적 명상이 들려온다. 그리고 점점 종소리가 가까워진다. 이 종소리는 트로이카에 장식된 종이 울리는 소리다. 즐거운 종소리가 잠시나마 슬픈 상태를 누그러 뜨린다. 그리고 첫 번째 테마인 마부의 노래가 돌아오는데 이번엔 종소리가 반주를 한다. 그리고 사라진다.

 

*니콜라이 네크라소프 Н. А. Некрасов 1821-1878 : 러시아 시인, 소설가, 잡지 편집장


12 <크리스마스 주간> «Декабрь. Святки»

*바실리 주콥스키가 1808년부터 1812년에 쓴 발라다 <스베틀라나>에서 인용

바실리 주콥스키 시 Эпиграф из В. А. Жуковского 
크리스마스이브에
아가씨들은 점을 쳤네.
신발을 벋어,
대문 밖으로 던졌네.
«Раз в крещенский вечерок 
Девушки гадали:
За ворота башмачок,
Сняв с ноги, бросали.» 

 

12월 <크리스마스 주간>에 대해 작곡가는 ‘왈츠’라고 썼다. 당시 유행했던 춤이 왈츠였고 왈츠는 가족 행사를 상징했다. 왈츠의 에피소드는 평상적인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싼 가정적인 행복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왈츠는 즐겁고 차분하게 사계 전체를 마무리한다. 

 

크리스마스 주간 Святки은 크리스마스부터 세례 받은 날까지다.

여기서 세례 받은 날이란, 동방박사에게 세례를 받은 날 — 예수 공현(公顯) (특히 예수가 이방인인 세 동방 박사를 통하여 메시아임을 드러낸 일), 공현축일(公顯祝日) (Twelfth Day) (1월 6일)이다.

이 날은 러시아 이교도적 날로 기독교적인 날이기도 하지만 민속신앙적인 날이다. 이 기간 동안 변장을 하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처녀들은 미래를 점쳤다. 엄청 즐겁게 지냈고 이 기간에 대한 민요를 많이 불렀다. 집집마다 그들을 먹였고 선물도 주었다. 변장과 선물 주는 것을 보면 지금의 핼러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주콥스키 В. А. Жуковский 1783-1852 : 러시아 문학의 로맨티즘을 꽃피운 사람 중 한 명으로 푸슈킨이 많이 따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QtsY59g9OZE

Tchaikovsky the Seasons December 'Christmas' by Sejin SONG

 

*러시아어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의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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