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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라흐마니노프 1873-1943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전주곡” Op. 23

by wj_s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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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10개의 프렐류드 Op.23 

10 Прелюдии Рахманинова Соч.23     Rachmaninoff / Rachmaninov Preludes Op.23

 

✔️작곡 : 1901 & 1903년

 

라흐마니노프는 아름다운 곡을 작곡하는 것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비루투오소 피아니스트로서 피아노를 굉장히 잘 다루었다. 그래서 작곡가로서 그에게 피아노 작품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는 대단한 음악적 레이어라고 부를 수 있다. 

 

프렐류드 Op.23은 10개의 피아노 음악의 걸작이다. 조성적 플랜이 완벽하진 않지만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가면서 쓴 것 등 법칙은 보이는 작품이다. 이 법칙으로 인해 전체적인 form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일된다. 내적인 통일감은 계속 바뀌는 장르, 캐릭터와 음악적 분위기를 더 드러나게 만든다. 

 

Op.23을 작곡할 때, 라흐마니노프는 여러가지 멜로디와 작곡 표현법을 사용했다. 이것을 통해 그는 광범위한 감정과 느낌을, 슬픔과 절망부터 기쁨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Цикл, cycle)은 하나의 통일감을 같고 있지 않다. 그의 모음곡(cycle)은 슈만같이 각각의 곡이 독립적인 성격과 포맷, 이미지적 context를 가지고 있다.

 

프렐류드 Op.23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작곡이 되었지만 전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만들어진 곡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인 통일감을 가지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조성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따르며 곡과의 관계성과 대비를 생각하여 특정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마지막 10번은 Ges-dur인데 이것은 1번의 Fis-dur과 동일한 음조를 갖게 되며 하나의 사이클을 같게 된다.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에게 있어 프렐류드 Op.23는 작곡가가 정한 번호의 나열대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의 사촌이자 유명한 피아니스트 질로티는 1904년 Op.23을 연주하면서 극적 효과를 만들기 위해 서정적인 10번 대신 마지막 곡으로 2번(B-dur)을 선택했었다. 이것은 작곡가의 의도와는 다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렐류드 Op.23의 이미지적 구조는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유사점을 보인다. 예를 들어 시적인 6번( Es-dur)은 1악장의 두 번째 테마가 생각나게 하고 극적인 7번(c-moll)은 1악장의 끝부분을 연상시킨다. 그러면서도 라흐마니노프의 작곡가로서 음악을 이미지화시키는 영역을 확장시키는 새로운 동기와 투영도를 사용한 곡들도 작품번호 23에 들어 있다. 2번(B-dur) 같은 경우는 라흐마니노프 작품 중 이곡만큼 영웅적인 시작 부분이 없고 굉장히 남성적인 프렐류드라 말할 수 있다. 

 

가끔은 불길한 느낌을 줄 정도로 음울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곡이 있는데 ‘천둥’ 같은 9번(es-moll)과 비운을 예감하는 ‘미뉴에트’ 3번(d-moll)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은 일종의 낭만적인 ‘죽음의 춤’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작품번호 23을 시작하는 1번 F♯(sharp) minor는 굉장히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색채감 넘치는 곡이다. 1번의 테마는 느린 러시아 민요의 표현 방법의 유사점이 보인다. 물결 모양으로 움직이는 멜로디는 절정과 하락을 보여준다. 한 멜로디에서 다른 멜로디로 굉장히 부드럽게 연결되며 모든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약간은 뭉개져 있고 자욱한 안개로 덮여있는 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음악의 전개와 자극은 멜로디를 비극적이고 암울한 색채를 띄게 만든다.

 

2번 B♭ major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같은 분위기다. 왠지 새로운 곳을 개척해가기 위해 출항한 배가 가는 길 같다고 느낀다. 

 

3번 D minor템포 디 미뉴에트(Tempo di minuetto)이기 때문에 미뉴에트같은 춤곡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던 가벼운 미뉴에트보다는 남성적인 무게감이 느껴진다.

 

비밀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의 4번은 밝은 조성인 라장조 D-dur를 사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쓰여있지는 않지만 4번은 뱃노래 장르를 가지고 있다. 반주의 리듬(배를 탄 것 같이 흔들리는), 넓게 사용되는 음역대 등을 통해 배를 흔드는 파도를 미학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테마는 반주 위에 떠있는 것 같아 가볍고 속박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움직임이 강해져서 청중이 악상의 절정을 맛보게 한다. 테마는 급격히 높은 음쪽으로 갔다가 천천히 내려온다. 그리고 다시 처음에 들었던 음악적 요소가 들려온다.

4번은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라고 표기 되어 있는데, 듣기에 약간은 꿈꾸는 듯한 멜로디라는 생각도 든다.

 

5번 g-moll은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중 3-2, 32-12와 함께 가장 유명한 곡이다. 그래서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레퍼토리에 들어있고 자주 연주 된다. 슬프고 애수에 찬 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내면적 상태는 대단히 서정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용감미와 인간의 의지력이 여기에 담겨져 있다. 

4번이 꿈꾸는 듯한 멜로디였다면, 그 후 5번이 이어지면서 꿈에서 깨어나서 현실로 돌아오는 듯 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5번은 행진곡 풍(Alla marcia)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이 곡은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행진을 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이 상상된다. 강하고 묵직한 행진곡 분위기와 중간 부분의 서정적인 부분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G. Sokolov
Rachmaninoff Preludes Op.23 by N. Lugansky

[0:00] #1 - F♯minor. Largo

[3:25] #8 - A♭major. Allegro vivace

[6:40] #9 - E♭minor. Presto

[8:38] #6 - E♭major. Andante

[11:28] #7 - C minor. Allegro

[13:50] #4 - D major. Andante cantabile

[18:35] #5 - G minor. Alla marcia

 

 

6번 Es-dur은 Op.23의 10곡 중 가장 표현력이 풍부한 곡으로 특별한 매력과 밝은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곡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의 두 번째 테마와 자주 비교되는 곡이다. 규칙적인 움직임과 반주 위에 떠있는 듯한 긴 멜로디가 가볍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확장된 음악적 상태를 만들며 멜로디 라인과 베이스가 파도 같은 파장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음악적 절정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은 정확하고 강렬한 클라이맥스는 끊기지 않는 음악적 전개를 동반하고 있다. 후반부는 전반부의 긴장감을 점점 풀어주고 조금씩 진정되어 무한한 아름다운 음악의 바닷속에 녹아든다.

라흐마니노프 작품의 특징중 하나가 곡마다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이다. 그래서 7번 C minor은 긴장감이 넘치는 곡으로 빙글빙글도는 소용돌이가 빠른 음표들 사이에서 보이는 것이고  폭풍우가 연상 된다.

 

사실 7, 8, 9번은 쇼팽의 피아니즘과 가장 닮은 곡이고 8번 As-dur은 쇼팽이 즐겨 썼던 멜로디 구조를 사용했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초기 미국 정착 시기에는 손에 마비가 올 정도로 연주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주 연주했던 곡중 하나가 쇼팽 연습곡 Etude Op.25 No.6이다. 이 곡은 3도로 작곡되어 있는데 자주 연주를 하다보니 당연히 이곡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이렇게 작곡된 곡이 프렐류드 9번 es-moll이다. 그래서 9번도 3도 구성으로 되어 있다.

8, 9번 16분음표가 쉴새 없이 연주되어 무궁동 같은 곡을 만든다. 그래서 하나의 일관성 있는 그룹처럼 연출이 된다.

쇼팽 스타일의 8, 9번은 긴장감 넘치는 극적 요소를 가지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음악 속에 넘친다. 스타일은 쇼팽에서 착안했지만 음악이 담고 있는 정서는 라흐마니노프이기 때문에 멋진 믹스라고 생각된다. 또한 9번(es-moll)의 위협적인 반음계는 점점 커져가는 폭풍의 포효같다.

7번과 9번은 휘몰아치는 느낌과 긴장감 넘치는 극적 요소, 열정적인 싸움과 항의(시위), 같은 에너지가 음악 속에 넘치는 정열적인 곡이다.

 

그리고 작품번호 23의 마지막 곡인 10번 G flat major은 7-9번의 열정과 폭풍의 포효 후에 찾아오는 평안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새롭게 떠오르는 밝은 태양과, 그 태양의 빛이 바다 위에 잔잔히 부서지며 빛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라흐마니노프는 Op. 23의 연관성을 조성에서 보여주다. 첫 곡인 1번은 f sharp minor이고 마지막 곡인 10번은 G flat major다. f sharp과 g flat은 사실 피아노 건반상에서 같은 음이다. 이것을 통해 라흐마니노프는  마지막이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원을 그리듯 서클을 완성했다. 그래서 프렐류드 Op.23의 10곡은 순서대로 연주하는 것이 작곡가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러시아어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의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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