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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도스토옙스키 1821-1881

도스토예프스키 "노름꾼" 줄거리 & 등장인물, 도스토옙스키

by wj_s 202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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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Игрок  The Gambler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도스토옙스키가 1866년에 쓴 중편소설이다. 

    노름꾼, 도박사, 도박꾼

 

모스크바의 겨울은 잔인하다. 길고 춥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여름을 갈망하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모자라는 것을 찾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름만 되면 긴 휴가를 남쪽 흑해의 휴양지에서 보내거나 아예 유럽 남부에 가서 1-2주를 기본적으로 지낸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의 각지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있고 지금도 그들은 유럽을 좋아하고 시간과 여유가 되면 꼭 가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럴 수도 있다.

여러 도시중 독일의 바덴바덴Baden-baden은 온천으로 유명한 휴양지인데 예전부터 각국의 황제들은 물론이고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그곳에 모여 휴식을 취하며 창작 세계에 몰두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그중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그곳을 모델로 쓴 소설이 있는데 바로 <노름꾼 Игрок, 1866)>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써진 배경은 살짝 재밌다. 작가 자신이 소설의 주제인 도박으로 인해 피폐해진 삶 때문에 급하게 써야 되었기 때문이다. 

1863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Достоевский,1821-1881)는 휴식을 위해 독일 헤센주에 있는 비스바덴(Wiesbaden)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며칠 사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은 물론이고 당시 여자 친구였던 폴리나 수슬로바(Полинa Сусловa)의 돈도 모두 도박으로 날렸다. 이런 이유로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았던 그의 재정 상태는 더욱더 악화되었고 빚을 청산하기 위해 그는 출판사와 새로운 계약을 했다. 계약의 조건은 새로운 소설 <노름꾼>을 빨리 써서 넘기는 것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바트홈부르크(Bad Homburg)에 3번이나 갔었고 그곳에서 그는 도박의 한 종류인 룰렛을 했는데 굉장히 큰돈을 계속 잃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돌이킬 수 없이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노름꾼>을 쓸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노름꾼>을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스톨랴르늬 거리에서 썼다고도 하지만 유럽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썼다고 하는 쪽이 더 믿음이 간다. 

그는 <노름꾼>을 집필할 때 속기사로 함께 작업한 안나 스니트키나(Анна Сниткина)와 가까워졌고 그녀와 2번째 결혼을 했다.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택했는데 그중 바덴바덴(Baden-Baden)도 들렸고 그곳에서 도스토옙스키는 바트홈부르크에서 있었던 상황을 재현한다. 이후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부인에게 절대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자신의 삶의 마지막 10년 동안 도박을 끊는다. 

 

소설의 주제는 도박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다. 특히 소설의 여주인공인 폴리나 알렉산드로브나(Полинa Александровнa)는 수슬로바를 모델로 삼았는데 당시 도스토옙스키와 수슬로바의 복잡하고 힘든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도스토옙스키 자신이 독일에서 겪은 모습의 묘사이자 생각이기 때문에 러시아 인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 어떤 상태인지, 왜 그런 상태인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줄거리 (230 단어)

소설의 배경은 룰레텐부르크(Рулеттенбург)이다. 주인공인 알렉세이 이바노비치(Алексей Иванович)는 은퇴한 자고랸스키 대령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다. 그는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 상류층 사회의 사람들의 에티켓과 매너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정교사로서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다. 

대령에게는 양녀인 뽈리나(Полина)가 있었는데 알렉세이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뽈리나는 프랑스인인 마르키즈 드 그리외를 좋아했다. 

대령은 그의 할머니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유인즉 할머니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고 대령은 그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령은 프랑스 여자인 블랑슈 양을 사랑했는데 그녀는 대령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가 부자이고 결혼 후 자신에게 붙을 ‘대령 부인’이란 칭호 때문에 그의 구애를 받아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정정한 모습의 할머니가 룰레텐부르그에 도착한다. 

그녀의 죽음과 유산 만을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더욱더 그들을 미치게 한 것은 할머니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도박을 했고 어마 무시한 금액을 모두 날렸다는 것이다.

결국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날린 할머니는 다시 러시아로 떠나고 가는 길에 뽈리나에게 함께 가자고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의 제안을 거절한다.

사실 뽈리나는 큰돈이 필요했다. 알렉세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룰렛에 모든 것을 걸고 많은 돈을 따낸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뽈리나는 그가 따낸 돈을 받지 않고 그의 곁을 떠난다. 

결국 헤어진 그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 많이 아팠던 뽈리나를 보살펴 준 건 그녀를 짝사랑한 영국인 미스터 에이슬리다. 

뽈리나와 헤어진 후 알렉세이는 룰렛의 굴레에 빠져 살게 되고 2년 후 우연한 기회를 통해 뽈리나가 예전부터 사랑한 사람은 알렉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찾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의 제목은 처음부터 노름꾼이 아니었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소설의 배경인 룰레텐부르크라는 제목을 붙여놨는데 출판사가 그 제목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노름꾼>이라고 변경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중편소설로 꽤 분량이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27일이라는 단기간에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향후 9년 동안 돈을 받지 않고 자신의 저작 출판권을 내주어야 한다는 출판사의 위협이 있었다면 모든 소설가들이 손에 모터를 단 듯 빠르게 작품을 완성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차피 자신에게 불리한 출판권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더 미적거리며 안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도스토옙스키는 엄청난 빠르기로 중편 소설을 뚝딱 완성시켰다. 더 대단한 것은 빨리 쓰면서도 이렇게 대단한 작품이 나오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27일이란 짧은 기간의 창작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고뇌와 생각이 머릿속에 녹아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독일에서 있었던 도스토옙스키의 도박벽도 많이 작용을 했지만 당시 만나고 있었던 아폴리나리야 수슬로바가 없었다면 <노름꾼>의 주인공인 알렉세이의 내적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었던 뽈리나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1863년 로마에 있던 도스토옙스키는 스트라호프에게 쓴 편지에 <노름꾼>에 대한 구상을 설명했는데 이 작품의 테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의 결여로 러시아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외국에서 도박에 탐닉함으로써 현실을 도피하는 사회적 반란자의 정신적 공허함이라고 했다. 

게다가 인간적 내면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 중 하나인 사랑, 애증은 수슬로바와 도스토옙스키 사이의 당시 상황을 리얼하게 소설 속에 녹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첫 번째 아내 마리야와 별거 생활을 하던 중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여대생 아폴리나리야 수슬로바를 알게 되었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못해 오만스럽기까지 한 그녀에게서 젊은 여성으로서의 신선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수슬로바는 도스토옙스키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미칠 듯 사랑했지만 그 남자에게서 버림을 받게 되고 그 후 도스토옙스키에게 돌아가 자신을 버린 남자를 욕하고 통곡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도스토옙스키는 계속 달래주었고 중간중간 자신의 사랑도 구애했는데 수슬로바는 가끔은 그의 사랑을 받아주고 가끔은 튕기고, 소위 밀당의 천재여서 도스토옙스키가 심적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게다가 도박, 특히 룰렛에 빠진 작가의 모습은 <노름꾼>의 주인공 알렉세이와 똑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소설가들이 쓰는 작품들은 모두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주인공이 되고 어떤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가느냐’라는 자기 만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어쩌면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자기 만의 기법은 여러 통로를 통해 발달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많은 소설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걸작을 남길 때가 많다. 

책이나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보다는 자신이 직접 겪고 느낀 점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 어떤 방법보다 생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타인들의 시각이 어떠한지 잘 안다. 그것이 좋던 나쁘던 그냥 팩트(fact)로 받아들인다. 지리상 유럽의 끝자락부터 아시아 전역을 다 차지하고 있는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유럽적 사고부터 시작해 동양적 사고도 함께 복합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

늘 동경해온 서유럽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속하고 싶었던 그들이다.

외모적인 면은 서유럽과 같기 때문에 유럽에 속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다.

17년이란 시간 동안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사람들과 동고동락을 한 필자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가 <노름꾼>에서 ‘러시아인들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그렇게 씁쓸하게 다가온 것 일 수도 있다. 

 

가끔은 인정하기 싫은 것들을 접할 때가 있다. 난 알고 있지만 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를 그 누구보다도 바라는 그런 점들…

하지만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내가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전해 가는 모습이 아닐까?

요즘 우리의 삶은 유혹이 너무 많다. 매일 같이 힘든 일에 치어 한 방 인생을 바랄 때도 있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살고 있다. <노름꾼>의 알렉세이가 열 번, 스무 번, 연달아 붉은색의 행운을 얻은 것처럼.

하지만 우린 정확하게 알고 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열심히 노력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야 진정 우리가 바라는 좋은 일의 연속 콤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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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의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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