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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베토벤 1770-1827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 - 바이올린 소나타 9번, Op.47

by wj_s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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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 Op.47 No.9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Violin Sonata No.9 <Kreutzer>, Op.47 in A major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독일 작곡가

✔️작곡 : 1803년

✔️초연 : 1803년 5월 24일, 비엔나, 조지 브리지타워 연주

✔️헌정 : 루돌프 크로이처 Rodolphe Kreutzer, 1766-1831

 

I.Adagio sostenuto-Presto-Adagio

II.Andante con variazioni

III.Presto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아마도 코로나 19가 아니였다면 전 세계, 많은 홀들과 연주자들이 베토벤의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며 현악 4중주 등의 실내악 까지 다양한 작품을 연주 했을 것이다. 

이렇게 대대적인 생일 파티를 전세계가 준비했지만, 결국 베토벤의 250살은 생각보다 심심하게 축하연을 하게 되었다. 

교향곡 <운명>, <전원>, <합창>, 피아노 협주곡 <황제>, 현악 4중주등 너무나도 많은 그의 음악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꼭 생일 잔치를 하지 않아도 베토벤의 작품은 유명한 곡도 엄청 많고 또 굉장히 자주 연주되는 작품들이다. 아마, 제일 뿌듯해하면서 매일같이 온 세상에 울려퍼지는 자신의 음악을 우리와 함께 듣고 있을 수도 있다. 

 

베토벤은 바이올린을 위해 10개의 소나타를 작곡했다. 모차르트의 작풍을 많이 닮은 1번부터 5번 <봄>을 지나 c-moll의 7번, 9번 <크로이처>까지, 그가 작곡한 소나타 10개를 쭈-욱 훑어보면 바이올린 소나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Beethoven Sonate für Violine No. 9 ‘Kreutzer’ Op. 47)는 바이올린 소나타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베토벤 이전의 소나타는 명목상 바이올린 소나타였고 이름만 그것에 불과할 뿐 피아노에 조금 더 치우쳐져 있는 음악이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어보면 피아노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 굉장히 크고 바이올린은 그저 피아노를 동반하는 존재에 불과하지 않다.

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들어보면 이렇게 들린다. 그래서 늘 피아니스트들이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면서도 자신들의 파트가 훨씬 어렵고 연습 또한 더 많이 해야 된다고 잔소리가 많다. 

모차르트 소나타를 이어 베토벤 소나타가 바이올린 소나타의 계보를 이어가는데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를 보면 모차르트보다는 조금 더 바이올린 소나타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래도 피아노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베토벤의 9번째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 부터는 바이올린이 더욱 부각되며 진정한 의미의 ‘바이올린 소나타’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실 ‘크로이처’는 정식 명칭이 아니라 별명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런 별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크로이처’는 프랑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로돌프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 1766~1831) 로 그에게 헌정 된 소나타이기에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이 소나타의 첫 주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브리지타워(George Bridgetower, 1778–1860)라는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는 아버지가 아프리카 출신, 어머니가 유럽인이었고 영국에서 활동했다. 그의 연주 스타일은 화려하고 기교가 뛰어나 일찍부터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의 연주 스타일을 많이 좋아한 베토벤은 브릿지타워를 염두에 두고 소나타 9번을 작곡하였고 당연히 그에게 이 소나타를 헌정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초연 연주도 브리지타워가 한 것이다. 

1803년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할 당시만 해도 베토벤과 브리지타워라는 바이올리니스트와 굉장히 우호적 관계였었다. 브릿지타워는 베토벤의 음악을 매우 존경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인가 그들의 관계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한 여자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알려진 바로는 두 사람 모두 한 여인을 좋아해서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베토벤은 1805년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출판하면서 엉뚱하게도 이 곡을 크로이처에게 헌정하기로 결정했다. 

크로이처는 당시 바요, 로드와 더불어 프랑스 바이올린 악파 삼총사중 한 사람이었다. 1804년 베토벤과 교류가 있었는데 이 때 베토벤은 크로이처의 가식적이지 않고 겉멋 없는 자연스러운 연주에 감명받아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크로이처에게 헌정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가장 유명한 ‘왜 베토벤이 9번 소나타를 브리지타워가 아닌 크로이처에게 헌정하였는가’ 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슬로님스키는 위의 이야기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니콜라이 슬로님스키(Николай Слонимский, Ncolas Slonimsky, 1894-1995)는 러시아 태생 미국 음악학자로 지휘자이자 작곡가이기도 했다. 그는 여자때문에 헌정이 바뀌었다는 버전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브리지타워가 만들어낸 말이고 사실은 당시 청중에게 더 영향력이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둘 중 누구 였느냐가 관건이었고 결국 크로이처가 더 유명했기 때문에 헌정자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참 웃긴 사실은 이 곡을 헌정 받은 크로이처는 이 소나타를 엄청 싫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베토벤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를리오즈의 증언에 따르면 크로이처는 자신에게 헌정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난폭하고 무식한 곡이고 연주하기’ 이라 평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후세에 이 곡을 ‘크로이처 소나타’ 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헌정 문제가 이리 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 베토벤의 <브리지타워>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음악은 ‘브리지타워’ 보다 ‘크로이처’가 어감상도 더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은 왜 나는 것일까? 

 

필자는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으면서 음악에 대한 톨스토이의 비판적인 시각을 계속 느낌으로 인해 굉장히 불쾌했다. 

음악가여서 작품 중간 중간 써 있는, 눈에 보이는 말도 안 되는 묘사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음악이란 것을 이야기 하는 어투 자체가 거슬렸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크로이쳐 소나타>를 곱씹어 보니 나의 생각이 180도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톨스토이는 음악이 무서웠던것이다!

무서움보다 두려움이 더 걸맞는 단어일수도!!

톨스토이가 쓴 걸 자세히 살펴보면 음악을 들으면 듣고 있는 순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환각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즉, 음악은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 커서 자제를 하며 살고 싶었던 톨스토이에겐 굉장히 큰 마력으로 자신을 유혹하여 본연의 마음을 잊고 자신이 멀리하고픈 세상에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유난히 음악을 좋아하고, 또 특히 베토벤을 좋아한 사람이 베토벤 최고의 작품중 하나로 손꼽히는 <크로이처 소나타>를 소설의 제목으로까지 사용했는데 음악을 비난 하며 베토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 된다.

톨스토이에게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에 자신의 애정이 두렵고 무서워 음악을 듣는 사람들 모두 그 순간은 다른 사람이 되기때문에 자신이 보통때는 할 수 없었던 일 마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야나체크 현악 4중주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고 필자만큼 화가 난 사람이 있다.

아마도 체코의 작곡가 야나체크 (Leoš Janáček, 1854-1928)도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야나체크가 분개한 내용은 음악쪽 보다 톨스토이가 내린 사랑의 정의 일듯 싶다.

 

스메타나, 드보르작과 함께 체코의 3대 작곡가중 하나인 그가 1923년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고 작곡한 곡이 바로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쳐 소나타>이기 때문이다.

이 곡의 부제는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고’ 라고 되어있는데 소설을 보고 음악으로 표현한 독후감상문같은 곡이라 할 수 있다.

야나체크는 애인 카밀라 시테슬로바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 등장하는 고통받고, 아파하며, 쓰러져가는 가련한 한 여인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라고 썼다고 한다.

60세가 넘어서 25살의 카밀라라는 여자와 불같은 사랑을 한 야나체크의 입장에서 톨스토이가 정의한 ‘사랑’은 끔찍했을 것이다. 야나체크와 카밀라는 둘 다 기혼상태였다. 죽을때까지 10년 동안 오로지 카밀라에게만 집착하며 11년 동안 무려 720여 통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야나체크는 그녀를 사랑했다. 이렇게 노년에 찾아 온 사랑은 야나체크에게 큰 영감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를 들으면 1악장 첫 음부터 야나체크가 얼마나 가슴 아프게 여자 주인공의 삶을 음악으로 표현했는지 느껴진다. 

인간이 느끼는 사랑을 절실히 믿고 또 그 사랑으로 인해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이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첫 음을 듣는 순간부터 비극이 시작되고 얼마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계속 될지 듣는이로 하여금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주요 테마는 야나체크가 끝내지 못한 교향곡 <두나이>에 사용 되었던 멜로디를 떠올리게 만든다. 

 

우울한 분위기의 1악장은 기차에서 *포즈드늬쉐프(포즈드니셰프, Позднышев)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스케르초는 침울한 폴카 분위기인데 이것은 결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결혼생활은 어땠는지, 즐겁지 않은 일상적인 가정생활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다. 이 중 잠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여향(餘響)이 들려온다.이것은 무료한 부인이 바이올리니스트를 보고 감탄하며 함께 연주를 하는 것을 나타낸다.

3악장은 그로테스크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남편의 질투를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지막 악장인 4악장, 피날레에서는 1악장에 나왔던 첫 테마가 다시 나온다. 이 테마는 바이올린이 연주하는데 악보에 ‘울면서’라고 적혀 있다. 분연히 발전되는 이 멜로디는 결국 끔찍한 엔딩으로 몰아간다.  

질투심 많은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자신의 아내가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도망가고, 포즈드늬쉐프(포즈드니셰프, Позднышев)는 단검으로 아내를 죽인다. 이것이 4악장의 내용이다. 

 

베토벤이 크로이처 소나타를 작곡하고 86년이 지나 이것을 톨스토이가 글로 남겼고, 톨스토이의 글을 34년 후 야나체크가 다시 그것을 음악으로 남겼다. 도합 120년. 이 120년 동안 멜로디가 글이 되고, 글이 다시 멜로디가 되어서 돌아왔다. 

12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고, 들으며, 읽으며 함께 분노하며 공감할 수 있는 명작으로 꾸준히 재탄생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을 지니고 태어난 작품일까!

시간이 흐르면 <크로이처 소나타>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만약, 새로운 모습의 <크로이처>가 나타난다면, 그렇다면 꼭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어떤 모습이여도 멋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떄문에... 

 

 

*포즈드늬쉐프(포즈드니셰프, Позднышев) 표기에 대해서,

톨스토이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 나오는 주인공 '포즈드늬쉐프(Позднышев)'는 한국어 번역본에서 '포즈드니셰프'라고도 쓰여서 발음상 표기를 쓰고 번역본상의 표기도 함께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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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의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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