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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바흐, "샤콘느" BWV 1004

by wj_s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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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파도 속에서]

결말을 아 영화나 책을 보 기분은 어떤가요?

- 바흐 '샤콘느'

 

누군가는 끝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보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끝을 알고 싶지 않아서 내용이나 엔딩을 알면 기운이 빠지기 때문에 스포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말이 비극이라면? 그것을 알고도 끝까지 비극을 향해 가야되는 걸까?

 

난 개인적으로 

결말을 알고 보는 것도 좋아하고 모르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변하는 것도 있는데 예전엔 모르고 보는 걸 더 좋아했지만 지금은 알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 

 

또 예전엔 결말이 어떻든 다 좋아했지만

지금은 슬픈 결말보다는 해피 엔딩을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끝이 비극일 것이라는 걸 안다고 안 보거나 중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엔딩을 알고는 있지만 조금씩 비극으로 치닫는 부분을 십분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바흐 샤콘느를 꾸준히 연주하는데,

이번 연주를 할 때 느낀 점이,

‘결말을 알고 끝을 향해 가는 기분은 어떨까?’라는 것이다. 

갑자기 뇌리를 스친 생각이다. 

‘결말을 알고 끝을 향해 가는 기분은 어떨까?’

 

참 뜬금 없다고도 생각했다.

첫 음을 긋기 시작하고 이런 걸 느낀 것이 아니라 곡 중간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뜬금없다… 연주를 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어쩌라는 거지? 

왜 이번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해피 엔딩일 때야 좋은 끝이기 때문에 알고 가는 것이 더 용기를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지만

새드 엔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죽음이라든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같은 류의 새드 엔딩일 건데 이럴 때도 포기 하지 않고 비극을 향해 달려가야 되는 것일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과 장본인이 되는 것은 참 다른 시각과 자리일 것이다. 

 

영화나 책을 보는 것은 제 3자의 입장이지만

연주는 주인공이 되어서 곡을 이쓸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손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샤콘느가 조금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예전보다 더 담담하게, 그렇지만 슬픔의 깊이는 더 깊게 만들고 싶었다. 

 

단조로 시작해서 비극적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늘 중간 부분의 ‘장조’가 샤콘느 전체의 단조, 비극적 분위기의 한줄기 빛 같고,

이후 다시 단조로 돌아오면 분명 비극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연주하고 있었다.

 

십 년이 넘게 연주를 해도 이런 분위기?에서 잘 벋어 나지 않았다. 이것이 기본 틀이었다. 

왜 갑자기 ‘아, 이 곡의 결말을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아이러니하다.

 

사실, 샤콘느의 마지막 음인 ‘레’는 한 음만 나기 때문에 장조일수도 단조일수도 있다.

그저 샤콘느 자체가 단조이기 때문에 ‘레’를 연주하는 순간 단조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을 해버리는 것이다.

 

피아노 편곡 버전을 들어보면,

연주자들이 마지막 음을 바이올린 버전과 달리 화음으로 잡을 때가 있는데,

이때 ‘파’를 그냥 ‘파’로 치느냐, ‘파#’을 치느냐로 단조나 장조로 곡을 끝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파#을 연주해서 앞서 연주한 단조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밝은 미래를 주는 듯한 느낌의 장조로 곡을 끝내기도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쩌면 샤콘느는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새드 엔딩이나 해피 엔딩이나 두 개 모두 가능한….

바이올린의 마지막 음 ‘레’가 지닌 무게는 아마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일 수도 있고, 슬픈 결말일 수도 있는, 어느 쪽이든 가능할 것이다.

 

바흐가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조의 ‘샤콘느’였겠지만,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면서,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이 곡을 좋아하고 탐내면서 단조가 장조로 변하기도 하고,

연주하는 사람마다 마지막 음 ‘레’에 여러 희망을 불어넣어보기도 한다.

 

끝을 알고 있지만, 

어쩌면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 상황으로 태연하게 잘 걸어가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바이올린 연주 곡중 가장 긴 숨을 가진 ‘샤콘느’가 표현하고 싶은 것중 하나가 이런 부분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Violin Partita No. 2 in D Minor, BWV 1004: V. Chaconne by Itzhak Perlman

 

펄만 연주의 바흐도 참 좋다.

샤콘느 연주를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고 내 연주와 비슷해서 추천 영상으로 가져왔다.

 

https://youtu.be/qtyTaE7LvVs?t=830 

이 영상도 펄만 연주인데 여기서는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2번 전곡을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13:50 부터 들으면 '사콘느'가 나온다.

동영상 첨부로는 플레이가 안 되서 링크로 남기는 걸로 ㅎㅎ

 

 

피아노 버전 중 장조로 끝나는 버전

피아노 버전 중 장조로 끝나는 버전

바흐 샤콘느는 부조니 편곡 버전을 많이 연주하는데, 장조 버전으로 연주하는 영상을 찾다가 들어본 여러 영상중 이 영상을 추천 영상으로 가져 왔다. 

 

 

 

Bach Chaccone

샤콘느는 오리지널 바이올린 연주를 비롯해 피아노도 자주 연주를 하지만 

그외 다른 악기들의 연주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악기의 웅장함과 바흐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 중 하나인 오르간도 좋지만 

첼로 버전도 듣기에는 좋은 것 같다.

이 영상처럼 두 대로 연주하는 것은 또 다른 맛을 가지고 있어서 '역시 첼로 소리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두 명이 나눠서 연주하니 뭔가 쉬워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 영상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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