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파도 속에서]
당신의 밤은 아름답나요?
드뷔시 <달빛>,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Nessun Dorma'
밤은 신비로운 시간이다.
모든 세상이 잠든 시간, 나 혼자만 깨어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 시간인지는, 그 시간을 홀로 보낸 사람만 알 것이다.
자고 싶지만 잠을 이룰 수 없어 짜증이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밤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잠이 참 많고 잘 자는 사람이 나였다.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난 잘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인지, 왜 때문인지 잠을 못 자는 날이 늘기 시작했다.
올빼미형이기 때문에 늦게 자기도 하지만, 그래도 잠에 관해서는 힘든 적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밤을 꼴깍 새우고, 새벽 시간을 만나는 횟수가 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수면 부족 때문에 하루가 힘들고 화가 났지만 어느샌가 익숙해지고 잘 수 없는 날이 오면 포기하고 그 시간의 고요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에도 이 시간을 이야기하는 곡들이 있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잘 알려진 아리아 ‘Nessun dorma’는 밤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이 시간이 가지고 있는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사랑과 희망에 전율하는 별을 보시오!
물러가라, 밤이여! 사라져라 별들이여!
새벽이 밝아오면 난 이기리라!’
이렇게 어둠이 지나 가면 밝음이 오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사람에게 주는 것도 있지만 밤에만 볼 수 있는 ‘달빛’이 시처럼 다가오는 음악도 있다.
가장 유명한 달빛은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이다. 이 곡을 듣고 시인인 렐슈타프가 ‘루체른 호수 달빛 아래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라고 한 말은 너무 유명한 말이다. 그래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이 ‘월광’이란 부제가 붙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 언어로든 ‘월광 소나타’로 유명해진 것이다.
1악장의 저음의 셋잇단 음표가 호수의 잔잔하게 부서지는 물결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다.
그 위의 멜로디가 호수 위로 미끄러지는 달빛을 느끼게 하고…
또 드뷔시의 ‘달빛’도 있다.
위에 언급한 3명의 작곡가중 가장 신비스러운 느낌이 나는 곡을 작곡한 게 드뷔시다.
인상주의 음악이어서 베토벤 같은 고전주의나 푸치니의 낭만주의와는 또 다른 매력의 시대이기 때문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잘 나타나는 것이다.
쓰고 보니, 3명의 작곡가가 다 다른 시기를 대표하는 작곡가이고 그 시대를 잘 표현한 작품들인 것 같다. 게다가 3곡 모두 유명하다 못해 듣기 제일 좋은 클래식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듯싶다.
밤은 신비로운 시간이다.
고요함이 미스터리우스하게 다가오는 시간이다.
몽환적이기도 한 이 시간은 누구에게는 힘든 시간이고 누구에게는 자신 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이중적인 시간이다. 그래서 더 멋지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칼라프 왕자가 ‘모두 잠들지 마! 밤이 지나가고 새벽이 오면 이기리라!’라고 자신의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한 것처럼 달빛이 지나가고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어 우리는 일상의 쳇바퀴로 돌아갈 것이다. 그 시간이 오기 전, 혹시라도 불면으로 인해 깨어 있다면, 위의 3곡을 천천히 들으며 그 시간만이 가지고 있는 그 공기를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어쩌면 이 곡들이 달아났던 수면을 데리고 올 수도 있으니…
천천히, 드뷔시의 ‘달빛’처럼 빙그르르 음들이 귓속을 간지럽히며 맴도는 것을 천천히,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한음 한음 귓가에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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